헤어질 결심 줄거리와 결말, 사랑에 대한 모호한 해석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은 감독의 전작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발표된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장편 영화로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한 형사가 남편의 살인 사건 용의자로 의심 받는 아내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글은 영화와 <각본>(정서경, 박찬욱, 을유문화사, 2022)에 대한 리뷰입니다.

헤어질 결심 포스터
포스터

헤어질 결심 줄거리

경찰서 사격 연습실, 총 소리가 연달아 들린 후 표적판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경감 장해준(박해일 분)이 표적판을 당기면서 “살인 사건이 좀 뜸하네. 요즘 날씨가 좋아 그런가?” 말하자 팀원 경사 수완(고경표 분)이 수긍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각본에는 영화의 시작을 이렇게 알리고 있습니다. “검은 화면에 ‘山’과 ‘산’이 동시에 필기체로 적힌다.” 영화의 최종 편집본은 이 장면이 삭제된 것인데요. 제작진은 대중적인 호기심을 처음부터 자극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총성이 더 효과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학적인 면에서 보면 각본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산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송서래(탕웨이 분)는 외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물려받은 <산해경>1을 녹색 노트에 필사하면서 그녀가 생각해 낸 이야기도 함께 기록합니다. 각본은 그것을 상징하기 위해 검은 화면에 ‘山’과 ‘산’을 동시에 필기체로 적히는 장면을 오프닝으로 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그것대로 강렬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무튼, 이 영화의 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구소산 비금봉2 아래에서 등산복 차림의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변사체의 신원은 출입국 외국인청에서 공무원 하다가 은퇴한 예순 살 기도수 씨. 그는 배낭부터 휴대 전화 케이스 등 소지품마다 그의 이름의 이니셜(K.D.S)을 새겨 놓았습니다.

전동 등강기를 타고 비금봉 정상에 오른 경감 해준은 일단 그를 소유욕이 강한 인물로 스마트워치에 녹음하고, 수완은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와서 뛰어내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절대 자살은 아니라고 단정 짓습니다.

시체 안치실로 불려온 송서래(30대 후반)는 수완이 자신을 기도수의 딸로 착각하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기도수 씨 아내 송서래입니다. 한국어가 부족합니다. 중국에서 왔습니다.”

해준이 많이 놀라셨겠다고 하자, 그녀가 고개를 젓는 바람에 두 형사가 도리어 놀랍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산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송서래의 조선족 특유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이 영화를 독특한 분위기로 끌고 가는데 일조합니다. 한국어가 부족하여 그녀가 힘들게 선택한 단어도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게도 합니다.

‘마침내’도,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로, 나중에 해준도 자주 따라하게 되는 말이 됩니다.

해준은 탐문 수사를 하면서 그녀가 남편 기도수에게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며 살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골반에 화려한 장식체로 ‘KDS’가 새겨진 문신 사진을 보며 한숨 쉽니다.

하지만 해준과 함께 잠복 중이던 수완은 그녀가 남편이 죽었는데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나이 차도 많이 나고, 결혼 반지를 뺀 거 보면 무서운 여자라며 그녀를 살인 용의자로 계속 몰아갈 기세입니다. 그렇게 예쁜 여자가 왜 그런 영감하고 결혼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하는 표정. 이때 해준은 쌍안경을 보면서 명대사를 수완에게 날립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 각본 29쪽

그렇지요. 세상에는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요. 해준은 그 표현을 이렇게 시적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서서히 물드는 쪽이 더 오래 더 깊게 그 슬픔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해준은 그녀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다는 걸 알고 기뻐하고, 최조실에서 처음으로 그를 향해 미소를 보냈을 때는 눈이 부십니다. 해준은 고급 모듬 초밥 도시락을 시켜 그녀와 같이 먹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마치 부부처럼 테이블 위를 같이 정리하고 해준이 치약을 짜주고 같이 화장실로 향합니다.

해준은 CCTV를 통해 서래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었지만 서래 아파트 맞은편 옥상에서 매일 밤 잠복을 이어갑니다. 근데 그게 수사를 위한 잠복이 아니라 그녀를 관찰하기 위한 잠복에 가까워 보입니다.

서래가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고 티브이를 켜 놓은 채 소파에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그 풍경을 스마트워치에 녹음합니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그 사이, 수완은 송서래의 뒷조사에 열심입니다. 그녀가 조선족이 아니고 걍 한족 중국이고, 어머니를 살해한 살인 용의자로 중국 돌아가면 최소 무기징역이라는 중국 쪽 자료를 해준에게 들이댑니다.

해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수완을 3년 전 발생한 질곡동 살인 사건 수사에 올인하게 만듭니다. 정작 해준은 아내와 이포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자동차로 밤 안개 자욱한 도로를 달려 서래 아파트로 향합니다.

왜 어머니를 죽이셨나? 라는 해준의 말에 서래는 회상합니다. 회상 신에서 서래는 어머니가 했던 말을 중국어로 말합니다. “호미산은 한국에 네 외할아버지 고향의 산인데 그분 거야. 거기 가, 네 산에. 나부터 죽이고.”

엄마를 전문적으로 돌보려고 간호사가 됐는데 간호사가 되니까 전문적으로 죽여 달라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것이죠. 펜타닐 네 알은 엄마에게 쓰고 자신도 네 알을 챙겨 와서 유골함에 넣어 두었다고 서래가 말합니다.

각본은 서래가 중국의 기서 <산해경>을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빠졌습니다. 중국어로 병기된 산해경을 서래가 중국어로 읽는 장면은 이 영화의 분위기에 신비스러움을 더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남쪽으로 삼백 리를 가면 호미산이라는 곳인데
이 산은 사람이 보지 않을 땐 걸어 다니다가
사람이 알아채면 그대로 주저앉아 평범한 산이 된다.
이 산은 너무 조용해서 나무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람이 이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면 사라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각본 84 ~ 85쪽

오해가 풀린 해준은 사건을 자살로 종결 처리하고 서래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다. 이후 해준과 서래는 서로의 집에서 그가 할 줄 아는 ‘단일한’ 중국 음식 새우 볶음밥을 요리하여 같이 저녁을 먹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해준은 유부남이지만, 주말 부부입니다.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서래가 말한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마침내’와 같이 그녀의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중꺽마’라고 하나요? 그녀가 ‘마침내’라고 말할 때는 어떤 일을 꼭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서래가 해준의 집에 와서 그를 재워주기도 하고 사찰 구경도 가고, 해준은 서래 손에 정성껏 핸드크림을 발라주기까지 합니다. 그때 서래가 고백하자, 해준도 응답합니다.

서래 : 첨부터 좋았습니다. 날 책임진 형사가 품위 있어서.
(중략)
해준 : 서래 씨가 나하고 같은 종족이란 거, 진작 알았어요.

결말(스포일러 포함)

어느 날, 서래가 돌보는 화요일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자 해준이가 그녀 대신 월요일 할머니를 돌봐주러 가는데요. 해준은 할머니의 폰에서 계단 오르기 운동 앱에 기도수 씨가 사망한 월요일에만 138층이 찍혀 있는 걸 보고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치매 걸린 할머니가 138층에 오를 일은 없을 테니, 서래가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폰을 바뀌치기 하여 구소산 비금봉에 갔던 것이지요. 해준은 할머니 폰을 들고 힘들게 비금봉에 올라 오른 시각을 확인하고는, 운동 앱에서 오른 층계 138층을 확인하고 절망합니다.

그날 밤, 해준은 서래의 아파트에 찾아가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직접 그랬는지 따져 물으며 분노합니다.

서래 : 우리 일 그렇게 말하지 맒아요.
해준 ”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당신을 끌어안고 행복하다고 속삭인 일이요?
(‘행복’을 언급해 놓고는 더 화가 나)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 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 각본 109~110쪽

해준의 말을 몰래 녹음하고 있었던 서래는 그가 나간 뒤 네이버 국어사전에 들어가 ‘붕괴’의 뜻을 찾아 봅니다. ‘무너지고 깨어짐’으로 풀이하는 사전. 영화는 서래의 무너지고 깨어진 표정에서 페이드아웃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해준은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아내가 사는 도시의 이포 경찰서로 전근을 자청하여 아내 정안과 함께 살게 됩니다.

아내와 생선을 고르고 있던 어느 날, 해준은 서래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서래 곁에도 새로운 남편 임호신이 서 있었는데요. 두 쌍의 부부가 어색하게 조우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며칠 뒤, 임호신은 서래와 함께 머물고 있던 고급 팬션에서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해준 : 이러려고 이포에 왔어요? 여기서 죽이면 내가 또 눈감아 줄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서래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취조실에 다시 마주 앉은 해준과 서래. 죽은 남편 임호신은 주식 애널리스트로 티브이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사기를 쳐 남의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준이 답답하다는 듯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느냐고 묻자, 눈에 힘을 주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답합니다.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날 밤, 경찰서를 나온 서래가 팬션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만날 방법이 오로지 이거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그런데, 범인은 뜻밖의 인물이었습니다. ‘사철성’이라는 화교였습니다. 그의 엄마가 포장마차를 십 년 동안 하면서 번 돈으로 중국집을 차리고, 하루 열여덟 시간 장사해서 번 돈, 이억 칠천만 원을 임호신에게 사기 당해 화병으로 죽자3, 사철성이 임호신을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서래는 한 밤에 골호4를 안고 호미산으로 향하고 해준이 그 뒤를 따릅니다. 산중턱에 다다르자 서래는 골호를 향해 “믿음직한 남자 데려왔어” 라고 말하며 해준에게 골호를 뿌려 달라고 내밉니다. 해준이 머뭇거리자 사례가 대뜸 말합니다

“나는 왜 그런 남자들하고 결혼할까요?
······해준 씨 같은 바람직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중략)
(서래가 중국어로 말하고 통역기 앱의 여자 목소리가 말한다)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다시 한국어로)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해준과 긴 키스 후)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해준이 차를 몰아 밤길을 달려 아내 정안의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여행용 트렁크 두 개에 짐을 챙겨서 최근에 이혼했다는 원자력 연구소 직원 이주임과 집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친했던 이 주임이 남자라는 사실에 해준은 놀랍니다.

며칠 후, 경찰이 서래가 고급 팬션 앞바다에 던졌던 임호신의 폰을 회수해 복구하였는데, 거기엔 놀라운 문자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눈치챈 임호신이 음성 파일을 해준의 아내와 인터넷에 폭로한다는 문자와 사철성 엄마가 죽으면 자신도 죽을 목숨이라는 등등의 문자들.

정황을 짐작한 해준이 전화로 서래에게 사철성 엄마도, 임호신도 다 나 때문에 죽은 것이고, 음성 파일이 뭔지 묻자 해안도로를 달리던 그녀는 “당신 목소리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이라고 말하자, 해준은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 라고 되묻습니다. 이에 서래가 쓴웃음을 지으며 중국어로 말합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서래는 해안가 산처럼 생긴 바위 가운데로 난 계단을 넘어 녹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해변의 모래를 퍼내기 시작해 큰 구덩이를 만들어 양팔로 무릎을 감싸 앉고 이과두주5를 한 모금 마십니다. 해가 기울고 밀물이 구덩이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서래는 또 술 한 모금을 마시고 파도가 밀려와 구덩이에 물을 쏟고, 또 서래가 쌓아 놓은 모래 더미를 끌고 가면서 구덩이를 덮고, 구덩이에 거의 들어찬 모래 위에서 바닷물이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해준은 도로에서 바다로 이어진 모래 위 서래의 발자국을 따라 그녀가 바다를 바라보던 위치까지 쫒아 왔지만 그새 물이 더 들어와서 발자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해준은 전화기에 귀를 바짝 대고 서래의 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를 사랑 고백하듯 소리 내어 따라 말해 봅니다. 마침내 ‘이제 알겠다’는 표정, 해준은 풀린 신발 끈을 묶고 다시 힘내 뛰며 소리칩니다. “서래 씨!” 이것이 각본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헤어질 결심 해석

이 영화는 모호한 대비가 이야기를 신비스럽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남자 형사와 여자 용의자, 산과 바다, 각본에서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색감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미장센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준은 유부남 형사이지만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인 서래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자신이 붕괴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차마 그녀를 체포할 수는 없어서 증거 인멸을 유도합니다. 폰을 바다에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서래는 폰을 바다에 빠트리라는 그의 말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감독은 해준이 그녀를 사랑했는지 여부를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듯합니다.) 서래는 포기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 서래는 그가 형사로서 붕괴되지 않도록 그의 영원한 미결 사건이 되기를 결심합니다.

해준은 자신이 붕괴되지 않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했지만 서래는 그 사랑을 죽어서라도 지키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 전반부는 서래가 과연 남편을 죽였을까, 라는 미스터리로 끌어갔다면, 후반부는 사랑의 모호한 의미를 질문하면서 이끌어 갑니다.

헤어질 결심 각본 표지
각본 표지

각본에서 마지막 장면은 아무리 읽어도 해준이 서래를 찾을 가능성이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아무리 보아도 절망적으로 보입니다. 영화와 각본의 사소한 차이점은 많지만 엔딩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모호한 사랑의 결말을 각본을 쓸 때와 영화를 찍을 때 다르게 생각한 듯 합니다.

  1. 산해경(山海經)은 중국 선진(先秦) 시대에 저술되었다고 추정되는 신화집으로 중국과 변방의 산들과 바다에 사는 기이한 생물들과 인간, 신들에 대한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
  2. 구소산 기름봉은 가상의 지명으로 실제 촬영지는 속초의 영랑호수윗길에 있는 범바위. 해준이 암벽등반 할 때 보이는 풍경은 도봉산 정상에서 찍은 것으로 서울 도심으로 정교하게 CG 처리한 풍경입니다.
    ↩︎
  3. 해준은 서래가 사철성의 어머니를 펜타닐 네 알을 먹여서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4. 골호는 화장(火葬)을 한 뒤 뼈를 추려 담던 그릇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
  5. 중국 백주의 일종으로 ‘이과두주(二鍋頭酒)’란 두 번째 솥에서 거른 것만을 증류한 술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 서민적인 술로 중국인들은 이 술에서 고향의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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