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줄거리와 결말 해석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원제 海辺のカフカ)는 2002년 발표한 상권과 하권,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대표작으로 꼽는 소설로 제32회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어 번역판은 2003년에 출판되었는데, 이 리뷰는 2008년판(김춘미 옮김, 현대문학사)을 읽고 작성했다.

해변의 카프카 줄거리

홀수 장,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 이야기

이 소설의 홀수 장은 1인칭 시점, 짝수 장은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1인칭의 주인공은 열다설 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주인공이고 3인칭 시점의 주인공은 육십대 초반의 지적 장애 노인 나카타이다.

나카노 구 노가타에 사는 다무라는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의 “넌 지금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되어야 해.”(18쪽)라는 말을 들으며 15세 생일날 가출한다. 까마귀 소년은 주인공의 망상 속 인물, 다무라의 분신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등장한다.

다무라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몰래 현금을 빼내 배낭을 메고 예약한 다카마쓰 행 야간 버스에 몸을 싣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사쿠라를 만나 같은 자리에 앉아 가게 된다. 그녀가 또래의 남동생이 있다고 하자 그는 혹시 내 누나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해변의 카프카 상권 표지
해변의 카프카 상권 표지

다무라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그보다 여섯 살 많은 양녀를 얻었다. 그가 네 살 때 어머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은 두고 양녀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다카마쓰에 도착하자 사쿠라는 휴대폰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며 만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다무라는 다카마쓰 시에 도착하여 교외에 있는 고무라가의 기념 도서관1에서 저녁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라비안나이트>2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열람실 소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작은 방이야말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장소라고 느낀다. 세계의 움푹 파인 데와 같은 이러한 은밀한 장소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적한 도서관의 관장은 사에키이고 직원은 오시마 뿐이다. 후에 밝혀지지만 오시마는 신체 구조는 여성이지만 의식은 완전히 남성인 인물이다. 오시마는 다무라를 굉장히 살갑게 환대해 준다.

오후 두 시가 되자, 다무라는 사에키가 진행하는 도서관 견학에 참가한다. 사십대 중반의 그녀는 고상하고 지적인 얼굴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다. 다무라는 그녀가 어머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름다운(혹은 느낌이 좋은) 중년 여성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소년이었다.

오후 다섯 시에 도서관을 나온 소년은 전차를 타고 시내로 가서 미리 예약해 둔 비즈니스 호텔에서 생애 처음으로 생일을 낯선 곳에서 보내게 된다.

다음 날, 소년은 체육관에서 한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하고 다시 고무라 도서관에 간다. 가출을 했지만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등 놀랍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루하루 보낸다. 이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성향을 주인공에게 투영한 듯이 보인다.

그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다무라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평소처럼 역 앞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뒤 일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5월 28일 밤 11시 26분이었다. 소년은 어느 신사 본전 뒤쪽에 있는 숲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고 흰 티셔츠의 가슴 부근에는 꽤 많은 양의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자기가 어떤 사고를 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고속버스에서 만났던 사쿠라를 생각해 내 그녀의 아파트에서 야릇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오시마는 도서관에서 자신을 도와 일하지 않겠느냐고 소년에게 제안한다. 가출한 소년에게는 완전 꿀 같은 제안이다. 오시마는 도서관장이 허락할 때까지 고치에 있는 숲 속 통나무 집에 묵고 있으라는 호의도 베푼다.

오시마는 소년에게 도서관 관장, 사에키의 이력도 말해준다. 사에키는 열네 살 때부터 고무라가의 장남과 성적인 관계를 맺었고 장남은 도쿄의 대학으로 갔다. 사에키가 다카마쓰 음악대학에 들어가 피아노를 전공하고 자작한 노래 <해변의 카프카>가 히트를 치고 있을 무렵, 장남은 농성 중이던 학생들에게 스파이로 오인되어 죽었다.

그 사건 이후 사에키는 이 고장에서 사라졌다 이십오 년 후 갑자기 돌아와 고무라 도서관의 관장이 되었다고 했다. 고무라 도서관의 서고는 사에키와 장남이 매일 같이 공부하고 음악을 듣고 사랑을 나눈 장소였는데, 사에키는 연인이 사망한 스무 살의 그 장소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것이다.

사에키가 허락하여 다무라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기거하게 된다. 다무라가 기거하는 방에는 유화가 하나 걸려 있었는데, 흰 모자를 쓰고 조그만 덱 체어에 앉아 있는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러던 중, 다무라는 “세계적인 조각가 다무라 고이치가 자택 바닥이 피바다로 변한 서재에서 발견되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28일 저녁.”이라는 기사를 읽게 된다. 그의 아버지였다. 28일 저녁이면 그가 신사 본전 뒤쪽 숲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그날 밤이다. 소년은 아버지가 여러 해 전부터 자신에게 했던 저주에 가까운 예언을 오시마에게 들려 준다.

“너는 언제가 그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언제가 어머니와 누나와 육체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어쩌면 꿈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였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시마 상의 권유로 그날부터 소년은 경찰의 눈을 피해 도서관에서 숨어 지낸다. 소년은 그날 밤부터 열다섯 살 여자 아이의 유령을 보게 된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서 턱을 괴고 벽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 소녀는 바로 사에키였다.

소년은 사에키가 자작한 앨범을 구해 <해변의 카프카> 노래를 들으며 이 방으로 찾아오는 그 소녀가 아마도 입구3의 돌을 찾아냈었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점점 그 소녀 유령에게 빠져 들어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열다섯 살 소녀로서의 사에키 상인지, 아니면 현재의 쉰 살이 넘은 사에키 상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나흘째 되던 밤에는 사에키의 꿈이 소년을 감싼다. 참 묘한 상황인데, 작가는 이렇게 서술한다. “그녀는 눈을 뜬 채 잠들어 있다. 너는 눈을 감고 너 자신의 꿈을 꾼다.” 그리고 꿈 속에서 관계를 맺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다.

다음날, 소년 다무라 카프카는 자신이 믿고 있는 가설을 사에키에게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손에 넣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내게 저주를 내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가설을 말한 소년은 당돌하게 이렇게 말한다. “사에키 씨, 저와 자지 않겠습니까?”(118쪽)

그날 밤, 아홉 시가 조금 지나자 사에키가 방으로 찾아와 다무라를 데리고 해변으로 산책을 간다. 해변에서 소년은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관계를 맺는다. 일이 끝나고 난 후, 그녀가 울었다.

다음 날, 소년을 만난 사에키는 이렇게 변명을 한다. 요즘 내 주위에서 기압이나 소리의 울림, 빛의 반영, 몸과 시간의 움직이는 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젯밤의 일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였을 거다.

그 말 끝에 다무라는 이렇게 답한다. 그것은 아마도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는 일이었을 거라고.

“나는 <해변의 카프카>입니다. 당신의 연인이며, 당신의 아들입니다. 까마귀 소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딘가에서 벼락을 맞은 겁니다. 소리도 없고 모습도 보이지 않는 벼락에.”(하권 162쪽)

그날 밤, 둘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월요일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러한 통속적인 장면들을 묘사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짝수 장, 천진스런 노인 나카타 이야기

1944년 11월 7일 오전 10시 경, 야마나시 현 시립 초등학교 4학년 담임 교사 오카모치 세쓰코(당시 26세)는 반 아이들 16명을 인솔해 야외 실습을 하기 위해 ‘밥공기 산’에 오른다. 교사와 아이들은 가는 길에 은색의 섬광이 빛나는 B29와 같은 비행체를 신기하게 올려다봤다.

오카모치는 숲 속, 탁 트인 장소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서너 명씩 짝을 이루게 하여 버섯 캐기를 시작했다. 십 분쯤 후, 교사는 세 아이가 한 덩어리로 뭉쳐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땅바닥에 쓰려져 있었다. 집단 실신 상태였다.

오카모치의 급한 연락을 받고 읍내 내과 의사가 밥공기 산에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 몇 명은 이미 어느 정도 의식을 회복해 일어나 있었다. 그 뒤 나머지 아이들도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그런데 한 아이만은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다. 도쿄에서 전쟁을 피해 전학 온 나카타 사토루였다. 나카타는 육군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주일 뒤에 갑자기 깨어났다.

그런데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 당시 교사였던 교사 오카모치는 1972년에서야 다른 증언의 편지를 전문가에게 보낸다. 좀 말도 안되는 증언이긴 한데, 일단 그녀의 편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오카모치 세쓰코는 집단 실신 사건 전날 밤 남편의 꿈을 꿨고 밥공기 산을 오르면서도 성교의 여운을 맛보고 있었다. 버섯 따기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생리가 시작되었고 몇 장의 수건으로 응급 조치를 하고 피 묻은 수건을 숲 속 깊숙한 곳에 버렸다. 그런데 나카타가 그 수건을 들고 오는 바람에 그의 뺨을 때리고 폭행을 했다. 나카타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쇼크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집단 혼수 상태가 시작되었고, 그리고 두 시간 후 자연스럽게 의식이 회복됐다] 웃기는 건, 아이들 모두 그 폭행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나카타는 모든 일을 일을 전부 잊어버린 백지 상태였다. 부모의 얼굴도, 글을 읽는 법도, 산수를 하는 것도, 자신의 이름까지도 몽땅 잊어버렸다. 대신 그는 고양이와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소년은 자라 생활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육십대 초반이 되었고, 고양이와 대화를 하는 지적 장애 노인이 되었다.

소설에서 나카타는 고양이를 오쓰카라 부르며 존댓말을 쓰며 집 나간지 사흘이 된다는 고양이 ‘고마’의 행방을 묻고 오쓰카는 하대한다. 오쓰카는 그를 보고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조금 희미한 것이 문제점이라는 충고도 한다. 그러자 나카도도 그림자가 희미해진 것 같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나카타는 길냥이 미미를 만났다. 근처 숲에서 고양이를 잡으러 다니는 키가 크고 길쭉한 모양의 괴상한 모자를 쓰고, 가죽 장화를 신은 나쁜 인간이 행방불명된 고양이 고마를 데리고 간 것 같다고 고양이들이 추측하고 있다는 걸 미미가 말해준다.

나카타가 고마를 찾기 위해 숲을 감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갑자기 거대하고 사나운 개가 나타난다. 그리고 나카타를 고양이 살해자 조니 워커에게 데려다 준다. 조니 워커는 고양이의 영혼을 모아 피리를 만들기 위해 고양이들의 심장을 꺼내 먹는 위인이었다.

조니 워커는 고마를 살리고 싶다면 자신을 죽여 달라고 나카타에게 요구한다. 나카타는 할 수 없이 칼로 조니 워커의 가슴을 찌른 후 의식이 흐려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풀숲에 누워 있었다. 고양이 고마와 미미가 그의 뺨을 핥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카타는 고양이의 말을 영영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고 그의 옷에는 피도 묻어 있지 않았다.

그 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정어리나 전갱이 2천여 마리가 나가노 구의 상점가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거머리가 떨어지는 일이 생겼다.

나카다는 무작정 서쪽으로 가기 위해 도메이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길을 물은 끝에 드디어 성공했다. 후지가와 휴게소에서는 운 좋게 백화점에 가구 납품 일을 하는 이십대 중반의 청년, 호시노를 만나 그의 트럭을 타고 고베까지 가는데도 성공했다.

호시노는 고베에서 납품을 하고 회사에 휴가를 냈다. 천진스런 노인 나카타의 행동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커다란 다리를 건너 시코쿠를 거쳐 다카마쓰에 도착한다. 다카마쓰에 도착한 나카타는 ‘입구의 돌’을 찾아야 한다고 호시노에게 말한다. 입구의 돌은 하얗고 LP 레코드판 크기 만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다카마쓰 시립 도서관에서 입구의 돌에 관한 자료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이튿날 밤, 호시노는 혼자 맥주를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커널 샌더스 대령을 만나게 된다. 샌더스 대령은 싱싱한 열아홉 살짜리 미녀를 2만 5천엔에 산다면 입구의 돌이 있는 데를 가르쳐 주겠다고 말한다. 카넬 샌더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신도 부처도 아닌 매우 실용적인 존재로 중립적인 객체란다.

호시노가 미녀와 일을 치르는 장면은 삼류 애로 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뭐, 어쨌든 호시노가 미녀와 일을 치르고 나자 샌더스는 신사 숲 속 폐허가 된 사당 안에서 입구의 돌을 꺼내서 갖고 돌아가서 머리맡에 놓아두라고 말한다.

나카타는 아침 다섯 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머리맡에 커다란 돌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호시노가 일어나자, 나카타가 돌을 들어서 완전히 뒤집어 놓으라고 말했다. 호시노가 죽을 힘을 다해 돌을 들고 뒤집어 놓자 입구가 열렸다. 거세게 비가 내렸고 번개가 잇달아 쳤고 나카타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나카타가 마흔 시간이나 잠을 잔 후, 카넬 샌더스가 전화를 했다. 경찰이 나카타를 쫒고 있으니 자신의 맨션에 당분간 은신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들은 맨션에 은신하면서 해변을 산책했다. 나카타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며 그것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는 황당한 말을 한다.

나카타가 입구의 돌과 서서히 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시노가 렌트카를 빌려서 나카타와 함께 시내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는 장소를 찾지는 못했다. 이틀째 날, 그들은 맨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고무라 도서관에 다다른다. 나카타는 그곳이 찾고 있었던 곳임을 알아보고 도서관에 들어가 사에키를 만나 이렇게 말한다.

“나카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열다섯 살 소년 대신에 사람을 한 명 죽였습니다. 나카타는 그 일을 떠맡지 않을 수 없엇습니다.(중략)
나카타의 임무는 단지 지금 현재 사물을 있어야 할 형태로 되돌려 놓는 것일 뿐입니다. 그걸 위해 나카타는 나가노 구를 떠나 커다란 다리를 건너서 시고쿠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아마 알고 계시겠지만, 사에키 씨는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하권 284~ 285쪽)

그러자 사에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원을 지키기 위해 입구의 돌을 열었다. 그것 때문에 벌을 받았다. 내 인생은 스무 살 때 끝났다. 나의 일대기를 적은 원고를 줄테니 나카타 상이 완전히 태워 달라.

도서관을 나온 그들은 국도에 면한 강가의 자갈밭에서 사에키에게서 받은 세 권의 파일을 태웠다. 이제 남은 일은 입구의 돌을 원래대로 닫는 일이라고 나카타가 말했으나, 호시노가 다음 날 수요일 일어나보니 그는 깊이 잠든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사에키도 2층 서재 책상에 앉은 채 죽어 있었다.

홀로 남은 호시노가 입구의 돌을 어떻게 닫는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던 순간, 세계의 경계선에 서서 공통의 언어로 말한다는 고양이 ‘도로’가 나타난다. 입구를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 녀석을 죽여버리면 입구의 돌이 닫힌다고 도로가 알려준다. 호시노도 이제 고양이 말을 알아듣게 되었던 것이다.

새벽 세 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호시노는 죽은 나카타의 입에서 하얗고 길쭉한 물체가 꿈틀꿈틀 몸을 비틀고 나오고 있는 걸 목격했다. 그 물체가 도로가 말한 그 녀셕임을 알아본 호시노는 회칼을 반복해서 그 물체에 꽂았지만 계속해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몸의 길이는 1미터쯤 되고 꼬리도 붙어 있었다. 쇠망치로 내리쳐도 꾸역꾸역 나왔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지만 호시노가 용케 영감이 번뜩였다. 입구의 돌을 혼신의 힘을 다해 들어 올려 뒤집어 놓았더니 그 녀석이 마침내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손도끼 같은 부엌칼로 그것을 여러 개로 잘게 짤라 냈다. 호시노는 그것을 해안에서 완전히 태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해변의 카프카 결말

경찰이 나카타와 공범으로 의심해 다무라를 추적해 오자 소년 다무라는 다시 고치의 산속 통나무집으로 숨어든다. 이틀째 날 밤, 소년은 사쿠라를 강간하는 꿈을 꾼다.

다음 날, 소년은 숲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 구일본제국의 야전용 육군 군복을 입은 두 병사를 만난다. 두 병사 왈, 우리는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이다. 오래도록 널 기다렸단다. 나카타 노인이 입구의 돌을 열었기 때문에 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이다.

다무라는 두 병사의 안내로 저 세계의 작은 마을에 다다르고, 그 마을에 숲 속 통나무 집과 비슷한 건물을 발견하고 들어가자 열다섯 살 소녀 사에키가 와서 저녁상을 차려주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녀가 설거지를 하고 청소와 빨래도 해 준다. 그 소녀는 이런 말도 했다. “네가 필요로 하면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페미니스트가 보면, 저승에서도 꼰대를 못 벗어났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난할 것 같은 장면이다.

해변의 카프카 하권 표지
해변의 카프카 하권 표지

다음 날 아침에도 열다섯 살 소녀 사에키가 와서 아침을 차려준다. 오후에는 쉰 살의 사에키가 찾아와 기억을 전부 태웠다고 말한다. 나카타가 원고를 태워버렸으니 기억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니 너는 더 늦기 전에 숲을 빠져나가서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라. 네가 거기에 있기를 내가 원한다. 나를 기억해 준다면, 다른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잊어도 괜찮아.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 그림을 가지고 가줘. 그 그림은 원래 다무라 군의 것이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넌 거기에 있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너를 보고 있었고, 아주 오래 전에 그 해변에서, 바람이 불고, 새하얀 구름이 떠 있고, 계절은 언제나 여름이었지.”(하권 373쪽)

사에키는 언젠가 그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두려워 차라리 내가 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의 대화는 계속 신파극으로 흐른다.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라고 사에키가 말하자, “어머니, 나는 어머니를 용서하겠습니다.”라고 다무라가 대답한다.

아무튼, 다무라는 사에키의 말대로 숲을 빠져나간다. 이때가 호시노가 입구의 문을 닿았을 때일 것이다. 도서관으로 돌아가자 오시마가 사에키가 화요일 오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다무라는 도쿄로 돌아가 경찰에 사정을 설명하고 학교로 돌아갈 것 같다고 대답한다. 소년이 사쿠라에게도 전화했더니, 그녀는 9월쯤 도쿄로 돌아올 계획이란다.

소년은 다리를 지나고 바다를 건너 오카야마 역에서 신칸센 고속열차로 갈아탄다. “그림을 보면 알게 돼”라고 까마귀 소년이 속삭인다. 까마귀 소년은 잠들어 있는 다무라에게 마지막 바람을 말한다. “바람의 소리를 듣는 거야.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해변의 카프카 해석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설 버전이다. 작가는 어머니로는 약하다 싶었든지 열다섯 살 소년이 누나마저 범하고 마는 선 넘는 설정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소년의 욕망의 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천진한 노인 나카타로 하여금 그의 꿈속과 소년이 기억하지 못하는 꿈 속에서 처치하게 했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역시 망상 속의 소년인 까마귀가 아직 저승에 가지 못한 조니 워커의 눈알을 파내고 혓바닥도 쪼아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소년이 다시 도쿄로 돌아갈 때 오시마는 “세계는 메타포야.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기억으로 남겨두는 작은 방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라고 말해준다. 소년은 꿈 속에서 나카타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하고 누나와 어머니를 범했지만 그것은 메타포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글쎄, 소년이 도쿄에 돌아갔을 때, 어떤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키가 말하는 ‘터프함’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터프’라는 단어를 사용한 문학 작품은 별로 못 봤던 것 같다. 선을 넘고 무조건 세게 나가는 것이 터프함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부터 해마다 가을이 오면 노벨문학상 후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본의 엄청난 마케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B급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장르 작가에게 스웨덴 한림원이 선심을 베푸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역자의 말에서 무루카미 하루키는 “특히 이 소설을 여러 번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을 두 번 읽는 독자가 과연 있을까 싶다. 읽고 나면 현타가 오니까 말이다. 현타가 오는 베스트셀러가 의외로 많다.

소제목을 해석이라고 붙였지만, 사실 해석이라 할 것도 없다. 무루카미 하루키의 판타지 레퍼토리는 재활용이 많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나 <기사단장 죽이기> 등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망상적 비틀기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철저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는 소설가이다. 그의 엄격한 생활 태도를 보면 경외감마저 든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아마 그런 데 있는 것 같다.

  1. 에도 시대부터 내려오는 고무라 가문이 자기 집 서고를 개축해서 만든 사립 도서관으로 이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된다.
    ↩︎
  2. 다무라는 아르비안 나이트가 외설스럽고 난폭하고 관능적인 이야기, 이해를 초월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어 좋다고 한다. 이야기 자체가 길고 에피소드도 많으며 세부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도저히 같은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매혹적이라는 얘기다.(상권 113쪽) 이는 하루키 자신의 작가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
  3. “물에 빠진 손가락은 입구의 돌을 찾아 헤매네. 푸른 옷자락을 처들고 해변의 카프가를 보고 있네.” 사에키가 작사한 노래 가사를 듣고 다무라는 그녀가 입구의 돌을 열었다고 추측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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