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줄거리 결말, 반전의 연속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08)는 가가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다. 여느 추리 소설과는 달리 범인이 누구냐 보다 범행 동기를 추리해 나가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2019년 번역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소설 악의 줄거리

베스트셀러 작가의 주검

소설 <악의>는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개된다. 먼저 노노구치의 오사무의 수기를 따라가 보자.

4월 16일 화요일 오후 3시 반, 노노구치는 집을 나서 20분 거리에 있는 히다카 구니히코의 고급 주택으로 향한다. 노노구치와 히다카는 초등학교와 중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의 추천으로 노노구치는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노노구치가 인터폰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어 정원으로 들어가니 이웃집 여자1가 모자가 바람에 날려 주우러 왔다며 황급히 나갔다. 5분쯤 지나 히다카와 그의 아내 리에가 왔다. 히다카는 5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사별했고, 지난 달에 리에와 혼인신고를 했다.

히다카는 캐나다에 정착하기 위해 모레면 벤쿠버로 간다. 미리 짐을 다 꾸려 캐나다로 보냈고 오늘 밤과 내일 밤은 크라운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다만, 히다카는 이 집에서 소설 <얼음의 문>의 마지막 남은 연재 1회분(원고 30매 분량) 집필을 하고 팩스를 보낸 후에 호텔로 가기로 했다.

노노구치는 이야기를 하다 소메이 출판사에서 원고 독촉 전화가 걸려오고 4시 20분경 후지오 미야코2도 찾아오는 바람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집으로 돌아온 노노구치는 집필 작업을 하고 6시가 조금 넘어 도지 출판사 오시마가 찾아와 원고를 검토한다. 그때 히다카가 상의할 일이 있으니 집으로 와 달라고 전화를 해서 노노구치는 8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다.

노노구치는 근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오시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7시 반에 레스토랑에서 나와 오시마 군을 역에서 배웅하고 자신도 전차를 타고 히다카의 집에 8시 정각에 도착했다. 히다카의 집 안은 온통 깜깜하고 인터폰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호텔로 전화를 걸어 리에 부인을 부른다.

노노구치는 찾집에서 시간을 때우다 리에 부인이 도착하여 8시 40분경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고 히다카의 작업실 문도 잠겨 있어 열쇠로 문을 열었는데, 방 한복판에 히다카가 쓰러져 있었다.

경시청 수사관들이 왔다. 놋쇠 문진에 의한 후두부 가격이 있었고 전화코드가 목에 감겨있었다. 후지오 미야코는 히다카와 이야기하다 5시쯤 돌아갔고, 그녀가 가고 나서 리에도 호텔로 갔다. 그 후 히다카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었다.

경시청 수사관들 중에는 가가 형사도 있었다. 가가 시리즈의 그 형사다. 가가 형사는 대학교 졸업 후 노노구치가 국어 교사로 있던 중학교에 사회과 신임 교사로 부임했다. 그는 교직이 맞지 않아 2년 만에 퇴직하고 형사로 전직했다. 노노구치도 올 3월에 사직하고 아동문학작가가 되어 있었다. 교사였던 두 사람이 한 사람은 형사, 한 사람은 소설가가 되어 재회한 것이다.

노노구치는 작가 정신이 발동되었는지 친구가 살해된 이 사건을 글로 써서 남겨두자고 마음 먹고 수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안 가가 형사는 그 수기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한다.

악의 책 표지
2017년 개정판 표지

범인은 있되, 동기는 없다

자, 이제 가가 형사의 기록을 검토해 보자. 가가 형사는 범인이 흉기로 문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이었다고 추리한다. 작업실 문의 지문을 닦아낸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창문으로 침입했을 것이고 창문으로 침입했다는 것은 잡도둑이 아니라 의미이다.

잡도둑이 아니면서도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 모순은 범인이 히다카를 두 차례에 걸쳐 찾아 왔다면 해결된다. 첫 번째는 그냥 방문했다가 어떤 일로 인하여 살의를 품고 두 번째 방문하여 살해했다는 것이다.

사건 당일 히다카를 방문한 사람은 후지오 미야코와 노노구치 오사무, 두 사람 뿐이다. 후지오 미야코는 알리바이가 완벽하고 노노구치는 알리바이에 구멍이 있다. 법의학 팀은 사망시각을 오후 5시부터 6시, 아무리 늦더라도 7시 이후일 수 없다고 추정했다.

즉, 노노구치가 받았다는 6시 조금 넘어 걸려온 전화가 히다카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5시에서 6시 사이에 그가 범행을 저지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수사본부는 사건 당일 6시 13분, 히다카의 컴퓨터에서 노노구치에게 팩스가 발신 되었고 팩스 착신음을 히다카에게 걸려온 전화인 것처럼 노누구치가 연기를 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망 추정 시각을 늦추려고 미리 작성해 둔 <얼음의 문> 마지막 회차 분량을 히다카의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는 것도 가가 형사가 밝혀내자 노노구치는 범행 모두를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계속되었다. 이미 연재된<얼음의 문>의 원고는 물론, 히다카가 지금까지 발표한 8편의 장편소설과 17편의 장편과 일치하는 원고들을 노노구치의 집에서 발견했다. 물론 일치하지 않는 원고들도 있었다.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고스트라이터였고, 기묘한 관계가 틀어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가설을 세워 압박했다. 노노구치가 취조 중에 쓰러져 경찰 병원에 실려갔다. 암세포가 내장을 감싼 복막으로까지 전이되었다는 판정이 나왔다. 2년 전 암이 재발한 것이었다.

노누구치가 자백한 범행 동기

끈질긴 가가 형사의 수사는 계속 되었다. 노노구치의 집에서 여성용으로 짐작되는 에이프런과 포장도 뜯지 않은 금 목걸이, 7년 전 5월 10일자 여행 신청서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히다카의 전처 히다카 하츠미의 사진도 발견되었다. 불륜이 의심되는 정황들이었다.

그리고 7년 전 12월의 어느 날 한밤 중,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작업실 창문을 열고 침입하는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와 나이프도 발견되었다.

가가 형사가 증거를 들이밀자 노노구치가 범행 동기를 자백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노노구치가 쓴 소설을 히다카에게 평가해 달라고 맡겼는데, 히다카가 그의 이름으로 발표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뒤로도 그런 일이 일어났고, 히다카의 전처가 노노구치를 위로하면서 불륜이 시작되었다. 전처와 공모하여 히다카를 살인하려고 작업실로 침입했으나 그 계획을 알아챈 히다카가 오히려 증거로 침입 장면을 비디오에 녹화했다. 죄책감을 느낀 전처는 5년 전 자살을 했다.

노노구치의 자백을 정리하면, 그 비디오 테이프를 미끼로 삼아 히다카는 벤쿠버에 가서까지 자신에게 고스트라이트를 강요할 계획임을 알고 그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악의 결말(반전과 스포일러)

여기서 완결되어도 한 편의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밋밋하게 끝내버리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아닐 것이다. 가가 형사는 반전을 찾아 한 발자국 더 들어간다.

범인이 잡혔고, 범행 동기도 완벽한 것 같은데, 가가 형사는 왠지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직감한다. 상사가 만류했지만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의 교사 시절과 중학교 시절의 교우 관계를 샅샅이 훑기 시작한다.

그 결과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역시 가가 형사다. 노노구치가 자백한 범행 동기는 경찰을 속여 넘기기 위해 그가 치밀하게 사전에 준비한 기획이었다는 걸 가가형사가 증명해 낸다.

침입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는 조작된 것이었으며 히다카 전처와의 불륜도 애당초 없었던 것이었고, 전처도 자살이 아닌 단순 교통사고로 죽었던 것이다. 또한 히다카의 고스트라이터도 아니었다. 이에 대한 세세한 증명 과정은 소설을 직접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 가운뎃손가락 끝, 그건 펜으로 글씨를 써서 생긴 굳은살이지요? 정말 큼찍하게 굳은살이 박히셨군요.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워드프로세서만 쓰시잖아요? 원고를 쓸 때도 그렇고,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항상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큼직한 굳을살이 생겼지요?”
– 가가 형사의 추리(322쪽)

그렇다면 왜 노노구치는 자신의 범행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치밀하게 준비하였을까? 노노구치는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으며 증거가 될 한 장의 사진이 히다카의 취재 CD에 기록되어 있었고, 후지오 미야코가 소송이라도 거는 날에는 그 CD가 세상에 공개될 것이 두려워 노노구치가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여기서 노노구치의 이유 없는 악의가 드러난다. 히다카는 중학교 시절 그를 괴롭혔던 노노구치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아동문학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 추천까지 해 주었다.

그런데도 노노구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를 시기했고 결국 그를 죽이기까지 했다. 그가 자백한 범행 동기가 세상에 알려지자 여론은 히다카를 파렴치한 작가로 몰아갔고 오랜 세월 고스트라이터로 시달림을 겪었다는 노노구치에 대해 동정론이 생겨났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작가로의 명성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작가의 꿈을 히다카에게서 빼앗아 오기 위해 스스로 범행 증거들을 오랜 시간 준비해 왔던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다채로운 형식을 넘나들고 있으면서도 추리 소설로서의 묘미도 놓치지 않아 읽을 때마다 신선하다. 소설 <악의>는 반전의 연속으로 인간 본성을 추적해 들어가는 가가 형사의 추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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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니미’라는 여성으로 히다카가 독을 넣은 경단을 뿌려서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의하면 히다카가 독 경단을 정원에 뿌려 놓았다고 한다. 히다카라는 인물이 악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가가 형사가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노구치가 지어 낸 에피소드이다. 물론, 독자들도 그런 인상을 받게 되어 있다.
    ↩︎
  2. 노노구치와 히다카오의 중학교 동기 후지오 마사야의 여동생. 후지오 마사야는 학교 폭력을 일삼고 창녀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히다카의 베스트셀러 소설 <수렵 금지구역>의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 후지오 미야코가 소설책의 회수와 전면적인 개고를 요구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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